보내주실 필요 없다고 했는데 답메일을 보내주셨더군요.
안 보내주시는 게 나았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전 어제 안그래도 업무에 야근으로 피곤하고 귀찮고 더이상 이 일에 대해 뭐라고도 더 논하고 싶지 않아서 글을 간결하게 쓰고 끝냈던 거지, 할말이 없어서 안 쓴게 아닙니다.
그냥 이미 이렇게 된 거 제가 처음부터 이야기할까요?
행사 자체가 앞 행사와 거의 간격을 두지 않고 잡혔습니다. 부산 온리전이 끝나기도 전에 경쟁하듯이 서울 온리전 행사를 잡으셔서 솔직히 그때도 당황했습니다. 보통 온리전을 여는 상호배려에 어긋나는 게 아닌가? 하고 그것만으로도 이미 일정이 피곤했어요.
제게 컨택을 부산 행사장에 직접 오셔서 넣으셨는데, 첫마디가
안녕하세요 라야님, 혹시 협력 받으시나요?
이거셨어요. 제가 "일정에 따라서 받고 있어요"라고 답변드렸더니 그제서야 내년 3월 서울 니지온 행사 주최이신데 협력을 요청드리고 싶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일단 트레카를 말씀해주셨고, 제가 부산 행사에도 트레카를 협력한 상태였던데다 오프라인에서 면대면으로 즉답을 바라시는 자리에서 뭐라 말하기도 불편해 알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디가 문제인지 모르시겠나요? 화법이 굉장히 비겁하세요. 적어도 협력 요청에 쓰실 화법은 아닙니다. 면대면, 즉답을 요구하는 자리에서, 무슨행사인지도 밝히지 않으시고 두루뭉술하게 협력을 받느냐 안 받느냐... 게다가 주변에 다른 분들도 다 계신 오픈된 자리에서요. 마치 이 대답에 따라 제가 말씀하신 행사가 열릴때까지 모든 협력을 받거나 안 받아야 할 것 같은 방식으로 질문을 하시는데 이게 의도하신 거라면 굉장히 불쾌하고 의도하지 않으신거라면 굉장히 경솔하시네요.
사실 이런 것에 대해서 오프라인에서 이야기하는 게 좋지 않은 이유 중의 하나가 전달할 말을 충분히 다듬을 수 없고, 의도와 다르게 흘러갈 수 있으며 어떤 돌발상황이 생길지 모르고 답하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고려하고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아서인데 사실 여기까지는, 실수이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메일로 처음 이야기한 굿즈의 사이즈보다 훨씬 큰 협력사양을 받은 후에 이 분은 그냥,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분이시구나라고 생각했어요. 협력 요청 자체도 협력 사양도, 처음 말할 때 거절당하지 않을 만한 소소한 걸 이야기하고 나중에 내가 말을 좀 바꾸고 큰 걸 내밀어도 이미 하기로 했으니 거절하지 않겠지 하는 방식이신데 솔직히 사기당한 기분이고 적잖이 불쾌했습니다.
그리고 주제는 그 메일 받기 직전에 종료된 앞 행사와 똑같이 잡으셨고(이랬어야 할 이유를 전혀 모르겠습니다. 다른 주제가 얼마든지 있지 않나요?), 소주제는 일방적으로 통보해 주셨더군요. 사이즈 건과 마찬가지로 전혀 고려하지 않으신 것 같지만 예쁘게 그리기 어렵거나, 같은 사양이면 손이 훨씬 많이 가는 주제였습니다. 그리고 처음 이야기하실 때 전혀 상의하지 않으셨는데 트레카 종수가 두장으로 늘어 있었습니다. 제가 이 점에 대해 메일에서 따로 언급드린 이유는 이쯤 되면 이건 외주 형식이지 저도 좋아서 그리는 최애 캐릭터 협력의 형식에서 이미 한참 멀리 왔기 때문이에요. 적어도 협력이 함께 행사를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으셨다면 어떤 걸 그리고 싶은지 물어보는 정도의 성의는 갖추셨으면 좋았을텐데요. 앞의 협력 수락하는 과정이 매끄러웠다면 모르겠지만 이미 이런 상태에서 이런식으로 일방적 통보를 주시는데 딱히 더이상 뭐라고 말하고 싶지 않아 그냥 넘겼었습니다. 행사 전체적으로 주최님은 행사 규모를 크게, 협력 물품을 다양하고 풍성하게 만들겠다는 의지는 있으신 것 같지만 정작 그 협력 물품을 그려야 하는 협력들이 그러기 위해서 해야 하는 수고를 굉장히 가볍게 대하고 계십니다. 그렇지 않다, 그런 의도가 아니다라는 말씀은 질리도록 해주셨습니다만 의도도 중요하지만 겉으로 나타난 결과보다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작업 구상은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했고, 이미 제 하드에 몇 종류의 시안이 있기는 합니다. 그리고 구상 단계에서 말씀해주신 규격이 제가 여태 봐온 출력된 트레이딩 카드들 어느 판형과도 맞지 않았기 때문에 문의를 드린 겁니다. 다른 분들은 트레카 등에 익숙지 않으시거나, 주최님이 설마 그런 부분을 생각을 안 하셨겠냐 같은 상식적인 호의로 넘어가셨기 때문에 문의를 안 드린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앞의 몇 케이스에서 주최님께 그다지 상식적인 기대를 어느 정도 버린 상태였기 때문에 문의를 드린 거구요.
주신 답변은 어느 정도 예상한 제 입장에서도 당황스러울만큼 작은 사이즈였어요. 크게 그려서 줄이면 무조건 좋은 게 아닙니다. 적어도 출력 사이즈는 확실하게 인지를 하고 그려야 용도에 맞는 그림을 그릴 수 있어요. 그 트레카를 출력하기 위해서 그렇게 거대한 사이즈로 그릴 필요도, 이유도 없는데다 제일 중요한건 판형이 다르다는 점이었어요. 제 요점은 어디까지나 여기였고 분명 보내드린 메일에서 몇번이나 재차 강조를 했습니다. 그림이 잘려나간다구요.
앞 게시물에 서술한대로 저만 지금 알았는가, 다른 분들은 이걸 미리 다 알고 작업을 하고 계신가를 알기 위해 주변 몇 분께 수소문해서 다른 협력하시는 분들께 문의를 넣었고 전부 금시초문이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주최님이 이 부분을 이해를 못 하신 것 같아서, 상세히, 길게, 왜 이게 불편하고 시정해주셨으면 좋겠는지를 쓴 것은 주최님이 이 실수를 바른 방향으로 수정해주시길 바라서이지 요점을 이해하고 실수하지 않은 척 이용해먹는 데 쓰라고 알려드린 게 아닙니다.
만약 정말 처음부터 그러실 생각이셨다면 제게 처음 보낸 메일이 실수라는 정정메일과 사과메일을 보내셨을 거고, 수정하신 거라면 다른 분들께 실수가 있었다 죄송하다는 메일을 보내셨어야 해요.
제게는 알았다, 사이즈를 수정하겠다, 기분이 상하셨다면 죄송하다(어디에도 본인의 실수나 잘못에 대한 언급은 없으셨습니다)는 메일을 단문으로 보내시고는 다른 분들께는 마치 처음부터 의도하고 그런 사이즈를 선택했고, 본인은 실수하신 부분이 전혀 없으나 '사이즈가 커서 그리기 힘들다는 주장이 들어와' 변경해주신다는 식으로 저만 뺀 분들께 의도적으로 그렇게 설명이 긴 전체메일을 돌리신것은 저를 다른 협력분들께 주최님을 음해하는 이상한 말을 퍼트리고 다니는 사람으로 만들어서라도 본인 실수는 없던 것으로 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습니다.
주최님이 제가 다른분들께 이 부분에 대해 문의를 드린 것을 몰랐냐고 하기에는 제게 이야기를 들으신 다른 지인분이 주최님께 따로 개인적으로 비율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떻게 된 건지 알려달라는 문의를 공개로 넣으셨기 때문에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구요.
제게 먼저 문의를 받고 주최님께 메일을 받은 협력분들은 저 아니면 주최님,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여길 수밖에 없게 되겠죠. 그것도 주최님은 제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을 문의를 받아 아시겠지만 주최님의 이야기는 '저는 모르는'곳에서 메일로 오갔으니(지인분이 알려주시지 않았다면 아마 주최님의 의도대로 몰랐을테구요) 저는 제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걸 밝히기 위해서 공개로 글을 쓸 수밖에 없어졌습니다.
더이상 주최님과 메일이라는 수단으로 연락해봤자 똑같은 방식으로 본인 입맛에 맞게 본인 잘못은 축소하시고, 없었던 것처럼, 자기가 쓰는 글이 다른 사람을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더라도 본인만 무사하시면 되는 방식으로 전개하실 게 눈에 보이는데 굳이 그 장단에 맞춰 드려야 할 이유를 알 수 없고, 그렇다고 온리전에 대한 호의(라고 할까 보편적으로 동인계에 퍼져있는 가능하면 좋게좋게, 조용히, 일 커지지 않게)로 넘어가드리기에는 제가 너무 이상한 사람이 되게 만들어주셨으니까요.
적어도 글을 쓸 때는 요점이 무엇이고,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어떻게 읽힐지, 전달해야 할 정보다 무엇일지는 생각하고 써주셨으면 하네요. 실제로 의도가 아니었는지조차 의심스럽습니다만 의도가 아니었다고 하면 모든 실수가 없던 게 되나요? 일어난 일에 책임을 지지 않으시는 태도가 정말 실망스럽습니다.
저는 이 글을 씀으로서 온리전의 분위기가 침체되고 주최님의 기분이 상하시고, 제 이미지가 썩 좋지 않은 방향이 될 거라고 각오하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주최와 협력은 갑을이 아니며 저런 식의 배려받지 못하는 일방통보 및 정리해드린 자료의 가로챔까지 당해드리면서도 제가 좋아하는 장르, 캐릭터의 이미지와 분위기를 위해 일방적으로 조용히 넘어가드려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오히려 업무상으로도 이런 식의 일방적 통보는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즐겁기 위한 취미생활의 일환으로 덕질을 하고 있고, 저와 저 외의 다른 분들도 타인에게 폐가 되지 않는 선에서 그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냥 어제 쓴 글로 제가 마지막으로 협력철회를 결정하게 된 모든 일을 끝내고 거기에서 마무리하려 했습니다만 굳이 제가 더이상 주최님과 연락하고싶지 않다는 뜻을 밝혔는데 굳이 여전히 사과도, 실수나 잘못의 인정도 아닌 오해다, 의도가 아니다, 원하시면 사과드리겠다 같은 말을 보내주시는 점이 당황스럽습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원하시면 사과하겠다' 같은 말씀을 하시는데 오히려 아무 말 않으시는 것보다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시네요. 사과는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하는 것이고, 딱히 제게는 그 사과에 대해 하라거나 말라거나, 받아들어야 한다거나 해야 할 의무도 책임도 없습니다. 마치 본인은 잘못이 없으신데 제가 사과를 받아내려는 진상처럼 행동한 것처럼 말씀하지 마세요. 저는 분명 더이상의 연락은 받지 않겠다고 말씀드렸었습니다.
주최님은 끝까지 제 모든 지적을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오해다로 일관하며 자세한 설명조차 피하셨지만 그런 의도로 읽힐 줄 몰랐다고 하신다면 정말 생각없이 행동하고 계신 것 같으니 앞으로의 모든 일을 지금보다 다섯배정도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주셨으면 하네요.
저는 지금 공개 계정으로 주최님의 개인 계정을 블락한 상황이고, 누군가가 이 글을 주최님께 혹은 온리전 계정으로 전달해주셔도 괜찮습니다. 저는 더 이상 주최님과의 연락 혹은 소통을 바라지 않으며 이 글은 주최님과 소통하기 위한 글이 아니라 주최님의 행동에 따른 제 입장을 밝히기 위한 글입니다. 이로 인한 불이익이 있다면 제 개인이 감수합니다.